직장생활하면서 공식적인 연휴가 이렇게 길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즐거운 긴 연휴입니다만 한쪽에서는 매일 밤샘 복구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정말 남의일 같지 않습니다.
제 경력중 많은 시간을 정부,공공기관 사업에서 보냈기에 원인과 대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 봅니다.
문제의 원인
첫째. 예산의 문제
IT부서의 예산확보 어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결국 돈줄을 쥐고 있는 부서가 권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권력부서는 돈을 버는 부서와 '기획' 비슷한 이름을 가진 부서입니다. 이쪽 부서 사람들이 보기에 IT부서는 돈을 쓰는 부서로만 봅니다. 속된 말로 찬밥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IT부서가 DR 구성하기 쉅지 않습니다. IT부서는 DR예산 또는 백업 관련 예산을 당연히 매년 올렸지만 예산이 매번 잘렸을 겁니다.
국가정보자원 DR 공주센터 완공까지 18년이 걸렸고 아직 오픈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권력부서가 DR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극명한 예라고 봅니다. 어떤 분들은 정치에 연결시켜 얘기하시는데 공주센터에서 보듯 진보, 보수의 얘기가 아님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DR구축을 위해서는 고위직 또는 결정정권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Active-Active
Active-Standby
Cloud에 대한 인식은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반면 DR에 대한 인식 부족이 여전히 문제입니다. IT경험을 바탕으로 부서장이 된 사람들도 DR을 왜 해야 하느냐며 예산 투자를 주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둘째. 전문성의 문제
인식 부족도 결국은 정부,공공기관 담당자의 전문지식 수준과 연결 됩니다.
어찌보면 창피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함께 일했던 정부,공공기관 담당자 중 '이사람 일하는게 프로 맞네'라고 느낀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있나요?
정말 책임감을 갖고 전문가로서 저같은 협력사를 리딩하고 문제점을 함께 파악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런 정부,공공기관 담당자는 왜 없는 걸까?
제가 사실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이건데요.
여기에는 뿌리깊은 순환 근무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전산직군 뿐만 아닐 겁니다.
전산직을 포함한 전체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업무적으로 몇마디만 섞어보면 압니다. 전문성이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분명히 업무 회의를 하고 있는데 먼산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치 '이거 나의 일과 크게 상관 없어' 또는 '지금 이 얘기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디테일한 얘기인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의 근본에 '내년이면 난 다른데 간다'라는 순환 근무제의 병폐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삼천포로 빠져보겠습니다.
정권이 들어설때마다 국가균형발전이라고 해서 혁신도시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지방도시로 내려보냅니다. 혁신도시를 통한 국가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해당 기관의 소속 직원이 혁신 도시에 이사, 정착하고 자녀가 혁신도시 학교를 다니고 거기서 세금을 내야 지방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왜냐면 순환근무제 때문입니다. 어차피 조금 근무하면 다른데 가는데 주민등록 이전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혁신 도시는 죽은 도시라는 말이 나옵니다.
즉, 순환근무제는 담당자의 전문성 확보를 저해하고 혁신도시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처음 순환 근무제의 목적은 한자리에서 오래 근무하면 협력사의 로비에 노출되어 부패할수 있다는 것 때문에 생겼지만 지금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아진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제가 꼽는 원인입니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공간 분리
직접적인 이번 화재의 문제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는것이 뉴스에 나오고 있는 '장애 격벽'입니다. Active-Active, Active-Standby 서버들은 랙을 분리해서 다른 공간에 설치하자는 얘기입니다. 이번처럼 서버실 하나만 화재가 난 경우에 대한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대안이긴 합니다. DR구축은 예산이 필요한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그래서 공간 분리 얘기가 나오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설치되어 있는 서버들이 하나의 랙안에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업무 중요도의 등급이 있더라도 공간 분리를 염두에 두고 서버가 설치 된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항온항습기, UPS가 상전원이 완전 분리되어 있는지도 검토된 후 가능하니 정밀하게 따져보고 진행되어야 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단순하지가 않네요. 시간도 한참 걸릴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업이 나올때 공간 분리를 염두에 두고 RFP가 나와야 하겠습니다.
둘째. 순환 근무제도를 손봐야 합니다.
문제는 위에 적었으니 제도 개선을 통해 각 업무 담당 공무원들이 책임감있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희처럼 장기간 경력이 쌓여서 전문가가 되는 것을 그들도 경험해야죠. 점점 더 고도의 기술들이 나오고 있는데 특히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시대에 너무 뒤쳐지고 있습니다. 본인들이 사업을 냈으니 가장 잘 알아야 함에도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순환 근무제는 없어져야할 유물이라고 생각합니만 제가 모르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순환근무제를 없애고 부패를 걱정한다면 현재 유명 무실해진 감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공기관마다 감사실이 있습니다만 유명무실한 것 맞지요?
셋째. IT시장이 활성화 되기를 바라는 IT종사자로서
정부,공공기관의 1등급 시스템(또는 2등급까지) 의 경우 남품시 무조건 DR 구축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엄청난 예산 확보가 필요하겠지만 시스템 중요도를 생각할때 꼭 가야할 방향 이라고 봅니다.
사업비용이 올라가면 참여 제한에 걸리는 기업들이 생겨 문제이지만... 어쨌든 방향은 이렇게 가야 합니다.
이외에도
. 비용 절감 위주의 업무 실적 평가
. 공공sw 사업 참여제한 규정
. 중소기업 sw 우선 구매
. 최저가 입찰 문제
등등 한두가지 문제가 아닙니다만 우선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적어 봤습니다.
아무쪼록 이시간에도 고생하시는 IT인들(특히 dba분들) 화이팅입니다. 조속히 마무리 되길 기원합니다.
고생하신거 보상도 제대로 받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