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인데도 코로나19로 인해 바깥나들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대로 방학을 끝내고 새 학년을 맞아야 하나? 그러기에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부모로서 무책임하다는 자책도 든다. 아이들도 밖을 좋아했는데 집에만 있으려는 성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인터넷을 찾아 예약을 했다.
차를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대중교통으로 움직이면 좀 더 아이들한테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남원까지 기차로 내려가서 버스로 민박집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띄엄띄엄 있는 시골 버스를 생각하면 약간은 무모한 이동 일정이었다.
예약한 민박집에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많았다. 어릴때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둘째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씻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힘들게 내린 창원 마을은 초입부터 범상치 않았다. 마을 초입에는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가 장승처럼 지키고 서있었다.
경사진 길로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니 마을이 나타났다. 동네 곳곳의 집들 앞에는 민박집임을 알리는 작은 간판들이 붙어 있었다. 여느 시골 마을처럼 집집마다 묶여있는 개들이 우리를 향해 연신 짖어댔고 둘째 아이는 걸음을 재촉해 지나갔다.
민박집은 전형적인 시골집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집의 구조가 아니라 이 집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었다. 개가 네 마리. 고양이는 몇 마리인지 잘 모르겠다. 열댓 마리인 것 같은데 식사시간이 되면 훨씬 더 늘어나곤 했다. 집 뒤에 키우는 거위와 닭도 있다.
민박집은 두채로 구성된다. 사장님 가족이 생활하는 안채와 손님들이 묶는 사랑채이다. 식사 시간은 아침 08시이고 저녁은 18시이다. 식사는 인당 8000원. 점심 식사는 제공하지 않으신다. 재료값이 올라 부득이 올해부터 올리셨다고 블로그에 나온다. 식사시간이 되면 안채로 가서 식사를 한다. 식사는 뷔페식이다. 주방 앞에 밥, 국과 다양한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고 각자 알아서 먹는 식이다. 다 먹은 그릇은 본인이 설거지를 하면 된다. 식사는 시골집에서 먹는 시골 밥이다. 아주 맛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집은 전형적인 농촌집이다. 지리산 둘레길에 여러 좋은 민박집들이 있겠지만 이곳은 나름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민박집 바로 아래에는 아드님과 며느리가 운영하는 '카페 안녕'이 있는데 3월에 문을 열기 위해 한창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계셨다. 4박을 지내고 마지막 날 아이들은 벌써 가야 하느냐며 며칠 더 있고 싶다며 한창을 실랑이했다. 다음에 꼭 다시 올 것을 약속했다.
지리산 산촌민박 아저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다. 블로그에 쓰신 글을 보니 글솜씨가 대단하신 분이란 걸 바로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기사도 쓰고 계신다.
아래는 블로그의 예약 페이지이다.
https://blog.naver.com/qkqwkdtk/220309189639
* 관련 글
남원 산내면 실상사를 가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3코스)
지리산 천왕봉을 매일 보는 사람들
'여행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원 산내면 실상사를 가다 (2) | 2022.03.12 |
---|---|
인월에도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 (0) | 2022.03.01 |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3코스) (0) | 2022.02.28 |
지리산 천왕봉을 매일 보는 사람들 (0) | 2022.02.27 |
미국을 경험하고 달라진 것들 (0) | 2012.11.14 |